언론보도

한빛탑 아래서 여름밤 추억을 빚다
183.107.217.★
작성일자 2022-11-22

반환점 돈 플래닌 주최 ‘달밤소풍’
물빛광장 시원한 물줄기 더위 ‘싹’
일상 지친 시민들에 ‘소소한 행복

▲ 지난 27일 대전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광장 2022 달밤소풍축제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음악분수를 감상하고 있다.

대전의 랜드마크에서 한여름밤의 야시장이 문을 열었다. 외부 지원 없이 지역 안에서 스스로 자생하는 축제를 만들어보겠다는 ㈜플래닌 젊은 청춘들의 야심찬 도전은 코로나19 속에서도 꽃을 피웠다. 지난 27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2022 달밤소풍이 한창인 대전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광장을 찾았다.

이른 저녁부터 한빛탑 광장은 연인, 가족, 친구 등 삼삼오오 모인 갑남을녀들의 발걸음으로 인파를 이뤘다. 올해 대한민국 조경대상 수상에 빛나는 물빛광장은 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달래 줄 수영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어디 아이들뿐이랴. 물빛광장을 얕게 채운 잔잔한 물살 위로 선남선녀의 애정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연인과 함께 달밤소풍을 찾은 권진한(23·대전 중구) 씨는 “매번 실내 데이트를 하다가 모처럼 밖으로 나와 물도 밟고 푸드트럭에서 먹거리도 즐기고 나름 알찬 것 같다”며 “대전에 이런 축제가 있는지 몰랐는데 신선하다”고 흡족해했다.

지난 27일 대전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광장 2022 달밤소풍축제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음악분수를 감상하고 있다.
지난 27일 대전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광장 2022 달밤소풍축제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음악분수를 감상하고 있다.

물빛광장을 좌우로 돗자리를 펴고 앉아 오늘 하루의 피곤함을 날려보내는 시민들을 지나치면 한빛탑 가까이에선 먹거리 시장이 펼쳐진다. 소소하게는 아이스크림부터 여름밤 나들이에 안성맞춤인 치킨까지 메뉴도 각양각색이다.

한빛탑을 경호하듯 둥그렇게 둘러싼 푸드트럭 행렬에서 새어나오는 새콤달콤한 향기는 결코 이곳을 빈손으로 지나칠 수 없게 한다. 푸드트럭의 양 옆으로 정렬한 테라스에 앉아 끼니를 떼우는 이들 손에 너나 할 것없이 맥주가 들린 걸 보면 그 유혹을 결국 뿌리치지 못한 것이리라.

가족과 함께 온 정연우(46·대전 유성구) 씨는 “집이 근처라 산책 겸 남편이랑 나왔는데 먹고 싶은 음식도 맛보고 시원한 맥주도 마시며 공연도 볼 수 있으니 큰 돈 안 들이고 저녁있는 삶을 보내는 기분”이라며 “오늘따라 날씨도 무덥지 않고 바람도 솔솔 불어와 상쾌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달밤소풍엔 먹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한빛탑 한켠에 마련된 공연 무대에선 감각의 촉수를 곤두세운 사람들과 마술사가 1초간의 짧은 승부를 펼치며 축제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두 눈 크게 뜨고 속임수를 찾으려 해도 승리는 언제나 마술사의 몫이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다시금 삶의 기력을 되찾을 때쯤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한빛탑을 무대로 신명나는 음악분수가 시원한 물의 향연을 선사하는 순간이다.

힘을 내고 싶어도 퍽 그렇게 하기 힘든 세상,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고, 마음을 편히 가져보고 싶어도 그것조차 생각대로 되지 않지만 음악과 함께 힘껏 뻗어나가는 물줄기가 시민들의 가슴 가득 쌓인 우울한 감정을 내려놓게 만든다. 그리고 그 빈자리엔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마음만 남는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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